계엄·내란 사태 보수과표집 여론조사 함정, 민심 착각과 여당 딜레마

응답자 보수 344명 진보 257명 여론 왜곡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1/18 [10:19]

계엄·내란 사태 보수과표집 여론조사 함정, 민심 착각과 여당 딜레마

응답자 보수 344명 진보 257명 여론 왜곡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5/01/18 [10:19]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특정 정치 성향의 지지율이 과도하게 높게 나타나는 '과다표집' 현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이후 보수층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면서 국민의힘의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졌으나, 이를 맹신하는 지도부의 태도가 또 다른 전략적 실수를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과다표집 현상은 조사 방법, 응답률 저하, 정치적 관심도의 차이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론조사 방법론을 보면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활용한 조사의 경우, 정치적 관심이 높은 응답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ARS 조사의 특성상 정치에 관심이 많은 집단의 의견이 과대 대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이는 부동층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보수층 결집이 여론조사 응답률에 영향을 미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국민의힘은 35%, 더불어민주당은 33%를 기록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민심 전체를 대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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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AI 생성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 체포로 인해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여론조사 응답률이 높아졌고, 이는 실제 민심보다 보수층의 지지율이 과대 대표된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NBS 조사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가 진보 성향 응답자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하며 이러한 경향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진보'는 257명, '보수'는 344명으로 집계되어 체감 민심과 비교했을 때 왜곡의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정치적 관심도와 조사 시점의 영향도 과다표집 논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치적 이슈나 상황에 따라 특정 성향의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편향된 여론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던 현상으로, 당시 보수층의 결집이 여론조사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였으나 실제 선거에선 패배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선 전략을 조정하고 있으나, 당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출신 일부 의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해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전략은 대선 본선에서 큰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탄핵 이후 변동하는 민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도층과 청년층의 표심을 잡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내 강경파는 여론조사 결과를 지지층의 결집 신호로 해석하며, 강경 노선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보수층의 지지율 상승에만 의존할 경우,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가 순간적인 흐름일 뿐이며, 실제 선거 결과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민심을 반영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 이후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전략을 포함해 보다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중도층을 포섭하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불리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방법의 다양화와 표본의 대표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조사 결과 해석 시 과다표집 문제를 인지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여론조사에만 의존한 단기적 전략에서 벗어나, 탄핵 이후 상황을 대비한 유연한 전략을 통해 민심의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결국, 윤 대통령의 체포로 인한 보수층 결집과 여론조사 과다표집의 현상이 국민의힘 내부 전략과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민심의 변동성과 복합적인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전략은 대선이라는 중요한 승부에서 또 한 번의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탄핵 정국 이후 예상되는 변수들에 대비한 국민의힘의 대응이 향후 정치 지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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