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1937년 17만명 소련 강제이준 아픔 담아

문화부 | 기사입력 2024/12/13 [10:44]

[책]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1937년 17만명 소련 강제이준 아픔 담아

문화부 | 입력 : 2024/12/13 [10:44]

한민족 디아스포라 작가 문영숙의 대수작!

소비에트 연방에 살던 127개의 소수민족

해방되어도 돌아갈 수 없었던 방랑자 신세

이국땅 까레이스키들 고난과 역경과 좌절

설움을 극복으로 애달프게 승화시킨 소설!

 

 

  

1937년 가을, 연해주에 살던 동화네 가족은 느닷없는 강제 이주 통지를 받고 재산과 식량, 기르던 곡식과 가축을 남겨둔 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다.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내며 40여 일을 달려 도착한 곳은 우슈토베. 사방이 눈뿐인 척박한 땅이지만 까레이스키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눈집을 지어 추위를 이겨내고 호숫물을 끌어와 소금기 머금은 땅을 논과 밭으로 탈바꿈시키며 새 삶을 꾸려간다. 그러나 적성 이민족으로 낙인찍힌 까레이스키들은 끊임없이 시련에 부딪히는데.

 

최근 출간된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은 타국에서 힘겨운 삶을 견뎌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디아스포라 소설이다. 1937, 무려 17만여명의 레이스키(옛 소련 지역에 살던 고려인을 가리키는 말)가 정든 집과 터전을 뒤로하고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강제로 태워진다.

 

그들은 40여 일 동안이나 눈보라 몰아치는 시베리아 벌판을 달려 중앙아시아에 도착한다. 이주 과정에서 수백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었다. 황무지에서 첫 겨울을 나는 동안 추위와 허기와 풍토병으로 또 수천 명이 숨졌다.

 

그러나 까레이스키들은 강인하고 끈질긴 민족성을 발휘하여 갈대밭에서 갈대를 뽑아내고 벼농사가 불가능했던 땅에 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짓는다. 무지를 옥토로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근면과 성실 덕분에 소비에트 연방에 살던 127개의 소수민족 콜호스에서 까레이스키 콜호스가 가장 많은 수확을 내고, 그 결과 '노력영웅'을 가장 많이 배출한 민족이 된다.

 

성실한 데다 머리까지 좋은 까레이스키들은 농업 이외에도 교수나 의사, 연구 종사자가 되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약한다. 그러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고 독립자금도 꼬박꼬박 내던 까레이스키들은 강제 이주 후에 완전히 조국과 단절되어 해방이 된 이후에도 조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

 

고려인이라 불리는 까레이스키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에 국경을 넘어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 핫산 일대에서 살던 우리 민족이다. 이들 중에는 일본을 상대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들은 누구일까?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조국으로부터 잊힌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까레이스키라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안중근 의사, 홍범도 장군, 계봉우, 장도빈, 강사진, 김규면, 신채호, 최재형 선생과 같이 치열하게 항일독립운동을 펼치며 목숨을 아끼지 않은 분들과 그 후손들은 강제 이주를 당해 낯선 땅에서 조국의 광복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또 그분들의 2, 3세들은 여전히 타국에서 방랑자로 살고 있다.

 

 

  문영숙작가 

저자 문영숙은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 2004년 제2푸른문학상2005년 제6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현재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청소년 역사소설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에네껜 아이들, 사건과 인물로 본 임시정부 100,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등이 있다. 2013꽃제비 영대Across the Tumen으로, 2019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Trampled Blossoms로 번역되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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