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최대 쟁점 ‘법인세 인하’
향후 5년간 60조∼70조원 이상 세수를 줄이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신경전이 거세게 진척되면서 2023년도 예산안 처리에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여당 주장과 부자감세일 뿐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법인세 인하를 찬성하는 측에선 투자 활성화에 따라 경기가 살아나면 그 혜택을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다는 ‘낙수효과’를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에선 낙수효과는 실체가 없으며, 재벌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감세혜택이란 지적이다.
여기에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인하가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높인다”다는 견해를 고수한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그런 선순환 구조가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며, 재정 건전성에 분명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
대한민국 법인세는 각 사업년도의 소득에 따라 영리 및 비영리법인, 당기순이익 과세공공법인으로 차별 적용된다. 1991년부터 2007년까지는 과세표준 1억을 기준으로 2단계 법인세율을 적용하였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과세표준 기준 금액을 2억으로 상향하였다.
2012년부터는 과세표준 2억 초과~200억 이하 구간을 신설하여 3단계 법인세율을 적용하였고, 2018년부터는 과세표준 3,000억 초과 구간을 신설하여 4단계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 2억원 이하 10% ▽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 200억 초과~3,000억 이하 22% ▽ 3,000억 초과 25% 등이다.
최근, 모든 법인에 적용되는 현행 4단계 초과누진 구조의 법인세율 체계를 대기업의 경우 과세 표준 200억 원을 기준으로 20%와 22%의 2단계 구조로 개편하는 정부안이 발표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에 따르면 “현재 OECD 38개국 가운데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이 4단계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코스타리카 2곳뿐으로, 우리 세율 구조는 국제적 표준과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 ‘배당’에 초점 맞추면 ‘효과 미미’
지난해인 2021년 귀속 법인세 대상 법인 수는 90만 6천325개로, 소득금액은 374조 9천552억 원, 과세표준은 332조 4천899억 원, 총부담세액은 60조 2천3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과세표준 2억 원 이하의 법인은 80만 1천148개로 전체 법인의 88.4%를 차지한다.
대조적으로 과세표준 3천억 원이 넘는 법인 수는 103개로, 소득금액은 120조 2천743억 원으로 전체 중 32.1%였다. 단순 숫자로 접근하면 상위 0.01%고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등 대기업이 주로 해당된다. 정부와 여당 주장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면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받는 구조이다.
내년 2023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예상될 정도로 비관적 상황인데, 법인세를 낮춰서라도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자는 게 정부와 여당의 논리이다. 야당에선 법인세 깎아준다고 투자하지 않을 기업이 투자를 하겠느냐는 입장이다. 기재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한다고 해서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이것이 세수기반 확충’으로 이어지는 가시적 효과의 입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사내유보금 수치는 기업의 투자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1000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 630조원이던 사내유보금은 2020년 938조원, 2021년 1025조원을 기록했다.
결국 사내유보금을 1000조원 넘게 쌓아 둔 기업의 투자 의지가 법인세 인하 논쟁의 중심에 있다. 법인세 인하의 핵심은 기업들이 받은 혜택만큼 투자를 하는지 여부다. 기업의 투자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물론 법인세 인하 효과가 정부의 예상대로 흘러가면 금상첨화다. 투자 활성화로 고용이 늘고 경제가 회복세를 띠면 법인세율이 떨어져도 기업이 내는 법인세 총액은 커질 수 있어서다. 문제는 법인세 인하 효과가 정부의 낙관론을 유지할 수 있느냐? 이다. 과거에도 법인세 인하 정책을 사용한 적 있지만 투자와 고용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논란은 기업들이 자초한 측면이 상당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법인세 인하 때, 기업들이 적극 투자에 나섰다면 정부가 나서서 기업소득 ‘환류세제’ 같은 세원 항목을 만들지도 않았을 뿐더러 낙수효과가 없다는 야당의 주장에 공세적으로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류세제’는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확대와 가계소득 증진을 통해 국내 경기를 활성화 하고자 도입한 제도로 기업 이익 중 일정 부분 이상을 투자와 임금증가에 사용하지 않으면 추가로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1월 22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법인세 과표구간 및 세율체계 개선방안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33%만이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투자·고용확대 의향을 밝혀 법인세 인하 혜택이 다양한 계층에 분배될 수 있을지? 논쟁을 촉발한 상태이다.
기획재정부는 2023∼2027년 5년간 세수가 2022년에 견줘 누적 60조3천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법인세 인하로 늘어난 이익을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의 기대처럼 기업 성장을 위한 고용에 투자하느냐 또는 투자자들과 나누는 배당에 사용하느냐다.
만약 기업이 후자를 선택한다면 법인세 인하 혜택을 누리는 건 회사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대주주와 외국인투자자에 그칠 공산이 농후하다. 세금이 줄면서 늘어난 이익을 배당에 사용한다면 정부가 노린 ‘낙수효과’가 더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 감세보단 ‘서민복지예산 확장을’
정부의 이번 법인세 인하 안은 최고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재벌대기업에게만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2%까지 인하하겠다는 재벌 감세인 점에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법인세가 3%포인트 낮아질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감세 추정액만은 무려 1조6,000억 원 정도다.
대기업이 세금 부담 때문에 국내 투자를 해외로 돌린다고 보기는 힘들다. 2022년 국내 주요 대기업은 최근 대규모 투자계획을 앞 다퉈 발표했다. 법인세 인하를 이유로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주장이 나오는 구체적 근거이다.
더욱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이려면 감세조처만이 제1의 해결사는 아닐 것이다. 불합리한 규제철폐, 장기적 사회 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 인상, 원화 가치 하락, 무역수지 적자, 가계부채 위기의 심화 등 동시다발 복합적인 경제 위기가 촉발되어 있기에 감세가 아닌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제 정부는 조세형평성을 훼손하는 부자감세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고통 받는 서민의 삶을 살피고 적극적인 민생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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