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표기, 영토문제와 다른 접근 필요"

[단독인터뷰] 라이너 돌멜스 오스트리아 비엔나 동아시아연구소장

김태훈 | 기사입력 2009/11/30 [16:35]

"동해표기, 영토문제와 다른 접근 필요"

[단독인터뷰] 라이너 돌멜스 오스트리아 비엔나 동아시아연구소장

김태훈 | 입력 : 2009/11/30 [16:35]
지난 27일 가수 김장훈 씨가 제5회 통일문화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큰 관심을 끌었다.
 
김 씨는 평소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알리고, 동해표기의 정당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사비를 털어 해외 언론에 광고를 내는 등 남다른 국토사랑 정신을 높이 평가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독도문제와 동해표기 문제에 있어 흥분하지 않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감정적인 대응이 올바른 방법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각 사안들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지, 우리가 감정적으로 대할 때 세계인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는 지 알아야 한다.

이에 <환타임스>는 지난 23일 동북아역사재단과 동해표기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오스트리아 비엔나 동아시아연구소의 라이너 돌멜스 소장을 김정대 편집부국장이 만나 한국과 일본의 동해표기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   <환타임스>는 23일 라이너 돌멜스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한국학과 교수와 대담을 가졌다.  © 환타임스
 
-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리학을 전공하던 80년대, 한국 유학생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는 것을 보고, 한글과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김대중 사형 반대운동과 민주화운동 등 정치문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한 88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돼 한국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은 전망 있는 나라, 성장가능성이 큰 나라라고 생각해 1994년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어학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한국학 교수로 재직중인데,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중국, 일본학을 공부하는 학생 수의 차이가 많은지.

"현재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90명 정도로, 일본학과 중국학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를 규모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중국학의 학생 수가 많은 것은 상대적으로 중국의 인구가 한국과 비교해 거대하기 때문이며, 일본학의 학생 수가 많은 것은 한국은 아직 일본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모만 가지고 아직 한국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중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중국인이 많지만,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오스트리아인이 많다. 때문에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고 한국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학과의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어떤 부분에 흥미를 느끼는지.

"문화, 미술,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한국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한국학을 처음 시작하는 신입생들에게 물어보면, 95퍼센트 이상의 학생이 한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돼 한국학을 선택했다고 답한다. 한국 사람들은 한글을 자랑스러워하는데 국제사회에서도 한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

▲  그는 "동해표기 문제는 영토문제가 아니라 언저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 환타임스
 
- 그럼 본격적으로 동해(East sea)표기 문제에 대해 묻겠다. 한국학 중에서도 동해(East sea)표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원래 대학에서는 지리학을 전공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언어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다. 동해(East sea)표기 문제는 한국에 대한 문제다. 동해(East sea) 문제는 지리적인 문제, 표기는 언어적인 문제. 나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연구한 한국학 학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었다."

- 현재 동해(East sea)표기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떠하다고 생각하는지?

"결과적으로 말해 한국정부의 대응은 아주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 이전에는 세계지도의 대부분이 일본해(sea of Japan)였지만, 지금은 동해(East sea)라고 표기 돼있는 지리서들이 많이 있다. 아직까지 부족하기는 하지만, 아주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 한국학을 연구하는 외국학자로서 동해(East sea)표기 문제에 대한 한·일간의 합리적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동해(East sea)표기 문제는 영토문제가 아니라 언어적인 문제이다. 원래 일본해(sea of Japan)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일본 옆의 바다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하기 이전에도 일본해(sea of Japan)라고 표기된 세계지도는 많이 있다. 이것을 보면 일본해(sea of Japan)는 일본 옆의 바다의 의미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 이후인 1929년에 IHO(국제수로기구)에서 발간 한 해양의 경계에서 동해(East sea)는 일본해(sea of Japan)라는 이름으로 단독 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에 조선은 일본의 속국이었으므로 일본해는 또 다른 의미인 일본의 바다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모든 세계지도에는 동해(East sea)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영토문제는 정확한 근거와 자료를 통해야만 양국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반면, 명칭문제는 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동해(East sea)가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동해(East sea)표기로도 병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동해표기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기 이전까지는 동해(East sea)와 일본해 병행표기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본다. "

▲   그는 동해표기 문제에 대해 "일본의 제국주의와 연결시키려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환타임스
 
- 동해(East sea)표기 문제에 대해서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공식적인 국가기관들은 명칭표기를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런 기관들을 설득해 일본해(sea of Japan) 단독이 아닌 동해(East sea)와 병행표기를 하게 하려면, 새로운 전략과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국제적 세미나 개최, 민간단체의 서한보내기 운동과 같은 전략들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한국국민과 단체들은 동해(East sea)표기의 문제를 제국주의와 연결시키려 한다. 단순히 일본의 식민통치 영향으로 동해표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감정적인 설명이 더하여진다. 이것은 잘못된 전략이다. 일본은 이미 식민지시대 이전 일본해(sea of Japan)라고 표기된 고지도를 근거자료로 국제사회에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점에 맞서 학술적 근거들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

- 국제사회에서 동해(East sea)병행 표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한국의 전략은?

"전략이라는 것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상대에 따라 전략은 변하기 마련인 것이다. 논리적인 사람과 감정적인 사람을 대할 때 서로 다른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처럼 한국도 국제사회에 동해(East sea)를 알리려면 끊임없이 상대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 더불어 이 문제는 일본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본의 전략과 주장, 논리를 잘 알아 그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인터뷰를 마친 후 라이너 돌멜스 교수는  <환타임스> 기자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는 자리를 가졌다. 
 
삼겹살을 먹으면서 그는 특히 옛날 두꺼비가 그려진 소주가 더 입맛에 맛는다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돌멜스 교수는 "한국의 민족주의와 독일의 민족주의는 다르다"며 반제국주의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족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정신이 독일 나치시대의 민족주의처럼 변질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그이지만, 한국을 연구하는 외국학자답게 시종일관 객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았다.

그가 한국에 첫 발을 들인지도 15년이 지났다.
 
지난 1학기도 안식학기를 얻어서 한국에서 6개월간 체류하면서 연구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늘 그렇지만 우리는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더 많은 정보들을 얻곤 한다.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국학을 가르치고 알리고 있는 서양인 돌멜스 교수를 통하여 밖에서 본 한국의 속살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돌멜스 교수는 내년 봄에 <환타임스>와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고 지난 28일 오스트리아로 출국했다.  [김태훈 기자]

 라이너 돌멜스(Rainer Dormels) 교수 주요 약력

1957년 독일 힌스벡 출생
1987년 독일 쾰른대 지리학전공 졸업
1994년 서울대 대학원 국어학 전공 졸업
1996년 독일 함부르크대 한국학 박사학위 취득
1998년 독일 뒤스부르크대 동아시아연구소 한국학 담당 연구원
2005년~현재 오스트리아 국립 비엔나 대학 한국학과 교수
2006년~현재 오스트리아 국립 비엔나 대학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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