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월송초교 모든 학생은 작가다, 전교생 17명 '나만의 책' 냈어요

박창수 기자 | 기사입력 2021/01/09 [10:42]

울진 월송초교 모든 학생은 작가다, 전교생 17명 '나만의 책' 냈어요

박창수 기자 | 입력 : 2021/01/09 [10:42]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본부장 서정태)는 이번 겨울 울진군에 있는 월송초등학교(교장 문순금)와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전교생(17명)을 대상으로 꼬마작가탄생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전교생이 나만의 책을 쓰고 작가가 되었다.

 

 

처음부터 프로젝트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서울에서 울진까지는 왕복 10시간이 걸리고 학년별로 진행을 해야 했으며 그마저도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불투명했다.

 

본 사업을 총괄했던 권우실 과장은 처음 학교와 통화했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혹시 책 쓰기를 어려워하는 친구가 있을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우리 아이들 다 할 수 있습니다. 다 착하고 잘 따라옵니다.’ 라고 전화기 너머에서 힘주어 말씀하시는데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꼭 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던 건 공단 노후준비강사로서 신중년을 대상으로 3년간 350명이 넘는 작가를 배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함께 사업을 수행했던 정태욱 과장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와도 작가탄생프로젝트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한 학교 학생 전부를 대상으로 한 건 처음이었어요.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죠. 전 무조건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다. 학년별로 전담할 책쓰기 선생님이 부족했다. 작가탄생프로젝트 및 1111프로젝트(1주일에 1권 읽고 1년에 1권 쓰는 문화캠페인)를 통해 인연을 맺은 선배 작가들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취지에 공감, 강숙희 작가, 김광석 작가, 이수진 작가가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선배 꼬마작가인 권은서 작가(10)가 가세함으로써 운영진의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선생님이 지정되었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책을 쓰게 할까 고민하고 토론하고 구상했다. 학교측과도 최소한의 수업 시간을 조율했다.

 

첫 날,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도착했다. 처음 와 보는 학교는 아담했지만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권우실 과장이 진행하는 꼬마작가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무수한 질문이 빗발쳤고 권은서 작가는 선배로서 “음~ 그냥 쓰면 돼.” 라는 묵직한 한 마디로 특강을 마무리했다,

 

 

총 6회(18시간)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제 수업은 3회(12시간)만 진행되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프로젝트를 지속했고, 아이들이 썼던 노트도 무사히 서울로 도착했다. 5명의 작가탄생 선생님들은 10여 일 동안 아이들의 작품 세계에 빠져 보는 행복한 경험을 했고 편집으로 밤을 새우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번 행사는 작가탄생프로젝트를 통하여 책을 출판한 작가들이 문화의병으로서(우리는 이 사업을 의병활동이라 부른다.) 아이들에게 책 쓰는 재미와 노하우를 전수하고 아이들은 즐기면서 스스로 신나서 책을 썼다는 데 의미가 있다. 4학년 담임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한 이수진 작가는 뛰어난 상상력과 순수한 매력이 있는 꼬마 작가들의 작품이 놀라웠다며 그 소회를 밝혔다.

 

이번에 출간된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동물을 선물해요(강이슬)’, ‘프리리 안의 기쁜 소식(김은별)’, ‘크리스마스의 엄청난 선물(이라현)’, ‘비오는 날(문영원)’, ‘나비들의 삶(서정)’, ‘다람쥐의 미래도구(서희)’, ‘집(이도윤)’, ‘마인크래프트 공식 스토리북(장승진)’, ‘어김혜(강마루)’, ‘GO! 어드벤처’(김동욱)’, ‘피아노의 마음(유지원)’, ‘소설과 동화책의 만남(이소현)’, ‘고양이의 하루(김지혜)’, ‘이세계 학교(김지효)’, ‘열두 마리의 포켓몬들(장우진)’, ‘백설공주는 사과를 싫어해(박미나)’, ‘슬기로운 나의 일상’(이도엽) 등 총 17권이다.

 

특히 “그림 그리고 쓰는 게 재밌어요. 자꾸 생각나고 또 생각나요.”라며 강이슬(9) 최연소 작가가 소감을 밝혔다.

 

권우실 과장은 “스스로 재미를 느끼면 아이들은 어른보다 글을 더 잘 씁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쓴 책 한 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지 않을까요? 아울러 글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교육 이상의 사회적 가치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경험한 아이들의 미래가 더욱 궁금합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선배 강연자로 나섰다가 두 번째 책을 내게 된 권은서(10) 작가는 “전학 가고 싶을 만큼 좋았어요, 친구들과 함께 한 책 쓰기는 정말 즐거웠어요.” 라며 회상했다.

 

함께 했던 월송초 조승호 선생님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수고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입니다.”라며 공단에 깊은 감사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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