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일 개봉 '더 프롬', 동성 친구와 춤추려다 봉변당한 여고생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0/12/02 [11:02]

[영화] 2일 개봉 '더 프롬', 동성 친구와 춤추려다 봉변당한 여고생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12/02 [11:02]


오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앞두고 2일 극장에서 먼저 관객과 만나는 영화 <더 프롬>은 한 여고생이 졸업파티(prom)에 가기 위해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배우들이 너무 자기 잘난 척이 심하다는 혹평 때문에 뮤지컬 <앨리너>는 환불이 속출해 공연이 취소된다.

그러던 와중에 배우들은 인디애나주의 한 여고생이 졸업파티에 이성이 아닌 동성의 파트너와 참석하려하자 학부모들이 아예 졸업파티를 취소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이에 ‘앨리너 팀’ 배우들은 자신들의 공연을 홍보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던 생전의 앨리너 루스벨트 여사처럼 이 아이를 돕자며 인디애나로 향한다.

한편 에마(조 앨런 펄먼 분)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키건 마이클 키 분)은 그녀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 검사장과 상의해 에마도 참석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졸업파티’를 열기 위해 학부모 총회를 소집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는 정부의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그때 엘리너 팀의 배우들의 총회장에 나타나 에마를 응원한다. 이 일로 유명 배우들까지 동원해 자신들을 설득하려 한다고 생각한 학부모들은 더 강한 반발심을 갖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배우들은 스파도 스위트룸도 없는 허름한 호텔에 묵으며 자동차 경주장에서 에마를 위한 노래를 부르며 대중에게 호소한다.

결국 이들의 노력과 검사장의 압력으로 졸업파티가 열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포괄적 졸업파티’ 명령에 불만을 품은 부모들은 에마 몰래 다른 장소에 별도의 졸업파티장을 만들어 그녀만 참석하지 못하게 일을 꾸민다.

이에 에마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과 연인 얼리사(아리아나 드보즈 분)는 물론 어릴 적 게이라는 걸 밝혔다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뮤지컬 배우 배리(제임스 코든 분) 등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 젠더, 성 소수자)를 위한 ‘모두를 위한 졸업파티’를 계획한다.

이 영화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성 소수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학부모들은 에마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졸업파티에 못 오게 하려고 아예 행사를 취소하는 등 극단적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지역 검사까지 나서서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차별행위라고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인디애나”라고 말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그만큼 보수적인 곳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따갑지 않지만, 에마의 친구들조차 자신들은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율법에 위반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에마를 배척하는 분위기에서 에마가 동성의 애인인 얼리사와 함께 졸업파티에서 춤을 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다못해 얼리사 마저 늘 엄마(케리 워싱턴 분)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삶을 살아 온 까닭에 자신이 에마의 여자친구라고 밝히기를 두려워한다.

문제는 율법을 내세우며 에마를 배척하는 그녀의 친구들도 사실은 따지고 보면 혼전 성관계도 맺고, 몸에 문신도 하고, 부모는 이혼한 그런 처지다. 2천년 전 예수의 말처럼 죄 없는 사람만 에마에게 돌을 던지라고 하면 아무도 당당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이에 에마를 응원 온 뮤지컬 배우 트렌트는 에마의 친구들에게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이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고 말한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차별금지법과 조례 제정을 막기 위해 극단적 행동을 취하며 반대하고 있다. 성경엔 분명 동성애로 망한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 위에서 피 흘려 죽은 예수가 강조했던 건 차별 없는 사회와 이웃사랑이었다.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여야 한다는 군중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만 돌로 치라”고 말해 모두 물러나게 했고, 당시 사람 취급도 못 받던 사마리아 여인과 말도 섞었고, 로마 식민지 하에서 같은 민족에게 고리의 세금을 거둔다는 이유로 쓰레기 취급을 받던 세리(稅吏) 삭개오를 따뜻하게 다독여 주기도 했다.

만약 성적지향을 포함해 어떤 이유로든 누구든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들을 보며 예수께서 뭐라고 할지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인간은 누구든지 태어나는 순간 인권을 보장받게 된다. 갓난아이여서 아직 사회에 기여한 바가 없어도,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많은 노인이어도,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이어도, 동성애자여도, 배움이 짧아도 누구든지 인간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권리(天賦人權)로, 기독교식으로 이야기하면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다.

기독교 사상에 따르면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을 사람이 깨거나 부정할 수 없다. 흔히 혼인 서약을 할 때도 하나님이 맺어 준 인연이기 때문에 사람이 그것을 깰 수 없다고 말한다.

하물며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권리를 단지 그 사람의 성 정체성, 종교, 신념 등을 이유로 부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메릴 스트립과 니콜 키드먼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는 뮤지컬 영화 <더 프롬>을 통해 차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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