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청산’ 국회 사진전 27~30일, 의원들 특별법제정 잔재청산 다짐

긴급조치 피해자단체 “유신헌법 무효·사과” 선언문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20/10/28 [08:31]

‘유신 청산’ 국회 사진전 27~30일, 의원들 특별법제정 잔재청산 다짐

긴급조치 피해자단체 “유신헌법 무효·사과” 선언문

최방식 기자 | 입력 : 2020/10/28 [08:31]

유신독재 48주년을 맞아 잔재 청산을 염원하는 국회 사진전시회가 열렸다. 뒷날 위헌 판정을 받은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살이를 해야 했던 피해자들과 설훈·우원식·노웅래 등 국회의원 8명이 참여해 유신청산 법제화 및 문화캠페인 등을 결의했다.

 

유신청산민주연대는 27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유신청산 전시회’를 개최했다. 71년 10월 위수령으로 대학에 진주한 군인, 79년 마산역 앞 부마항쟁 시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부당하게 사형 당한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 장면을 담은 30여편의 기록사진이 전시됐다.

 

“불법내란 유신잔재 온존, 대통령·보수언론 사과해야”

 

이날 사진전에서는 김재홍·이한옥·이대수 등 유신체제 때 긴급조치 위반 등으로 옥살이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 국회 설훈·우원식·노웅래·문진석·이규민·전용기·양향자·김병주 의원과 보좌관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수가 모여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지키며 진행했다.

 

▲ 유신청산민주연대는 27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유신청산 전시회’를 개최했다.  © 유신청산민주연대


김재홍 유신청산민주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48년 전 박정희 정권의 유신선포는 정통성 없는 불법 내란”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4·3을 사과했듯이 통치자의 사과가 필요하며, 진상규명·명예회복·피해배보상·잔재청산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행위를 칭송 보도했던 보수 주류언론은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어 “유신 48주년을 맞아 ‘유신청산의 달’을 지정하고 올해 처음으로 행사를 했는데 매년 이어갈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역사를 바로 가르치는 시민교육의 역할, 유신의 진상과 진실을 바로 알리고 그 위에 국민화합의 계기를 만드는 활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설훈 국회의원(경기 부천을, 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48년전 민주주의를 유린한 불법 유신의 여파와 잔재가 아직도 남아 한국 사회에 요동치고 있다”며 “그 부작용으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국민이 여전히 고통 속에 힘들어 하고 있다” 현실을 진단했다.

 

“민주주의 유린 잔재 지금도 요동, 국회 청산 나서야”

 

설 의원은 또 “유신 잔재를 청산할 사회단체가 만들어져 코로나19로 엄중한 속에서도 10월 한 달 간 행사를 하고 있고 오늘도 국회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며 “의회가 법제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라고, 모두가 유신잔재 청산을 위해 함께 애쓰자”고 호소했다. 그는 유신청산특별법 대표발의도 약속한 상태다.

 

우원식 국회의원(서울 노원을, 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대학에 경찰을 상주시켜 학문의 전당을 더럽히고 보도 검열로 언론 자유를 파괴한 박정희 정권의 유신잔재가 아직도 남아 한국사회를 괴롭히고 있다”며 “법제도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유신 청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유신청산 사진전'을 관람하는 국회 직원들.  © 유신청산민주연대




우 의원은 아울러 “일제 강점기 친일파에 이어 불법 유신독재 세력이 여전히 살아있어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을 억누르고 있다”며 “새 역사를 쓰려면 과거 잘못을 씻어내는 게 먼저”라고 유신청산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노웅래 국회의원(서울 마포갑, 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유신청산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국회에서 힘을 보태 유신청산특별법 제정과 잔재청산에 앞장서자”고 말했다. 노 의원은 박정희 정권 때 신민당 소속으로 3선을 유신독재에 저항했던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이다.

 

“간선 100%찬성 비판 한마디, 교단서 22년 쫓겨나”

 

문진석(충남 천안갑, 더불어민주당)·전용기(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어진 축사에서 유신청산특별법 제정과 유신잔재 청산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유신청산민주연대와 함께 법제화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양향자(광주 서을, 더불어민주당)·김병주(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이규민(경기 안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적극 돕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78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2년6개월의 징역에 자격정지 2년6개월의 형벌을 받은 이한옥(74·남)씨는 “박정희 군부쿠데타 정권이 제대로 된 심판을 받지 않아 그 잔재가 많이 살아있다”며 “불법 유신체제와 그 하수인들의 잘못된 재판으로 22년의 내 생애를 불인정 받고 있는데 그 피해를 누가 보상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78년 7월 화동중학교 교사 시절 9대 대통령으로 박정희가 통일주체국민회의(간선) 단독 입후보해 거의 만장일치 당선(1표 무효)된 걸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지도자가 아무리 유능해도 100% 지지를 받는 다는 건 불가하며 공산주의에서나 가능하다”는 발언(학생의 고자질)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긴급조치 위헌 판결로 형사재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았고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당시 학교에서 파면됐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 22년을 인정받지 못하고 새 채용형식으로 교사에 복귀했다.

 

▲ 유신청산 사진전을 시작하며 연 기념행사.  © 유신청산민주연대



이날 전시회 시작행사 사회를 본 이대수 유신청산민주연대 운영위원장(65·남)도 나이가 같은 아내 김숙임씨와 함께 대학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살이를 한 피해자. 이 운영위원장은 연세대 교내 시위로 2년형(1년9개월 감옥)을 받았고, 부인 김씨는 서울여대에서 교내 유인물을 배포하다 걸려 1년여 실형을 살았다. 둘 다 형사 재심으로 무죄를 인정받았다.

 

“유신파쇼 해체, 정신문화 잔재까지 청산해야 완성”

 

이 운영위원장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진보가 발목 잡혀 있고 재벌·기득권이 판치고 국민 삶은 양극화로 치닫고 있으며 분단의 고착화와 남북대결 긴장이 거듭되고 있는 데 그 뿌리가 바로 불법 유신독재”라며 “군사주의 유신 파쇼 해체는 법제도 뿐 아니라 정신문화 잔재까지 청산해야 완성된다”고 말했다.

 

‘10월유신’ 48년, 유신청산을 위한 선언문

오늘은 박정희가 탱크를 앞세운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불법해산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한 이른바 ‘10월유신’을 선포한지 48년이 되는 날이다. 두 번째 군사쿠테타가 감행된 치욕스러운 이 날, 우리는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오늘 우리가 해야 할 밝히고자 한다. 

 

1961년 5.16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반공을 앞세운 남북간의 대결과 체제경쟁의 분단구조를 고착시키면서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개발을 내세워 국민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하는 반공개발독재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박정희는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을 통한 성과와 더불어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양극화를 구조화시켰고 군대와 경찰 정보기구를 동원한 정보공안통치와 사회통제로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의 정신문화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비상계엄령 3회(31개월), 위수령 3회(5개월), 긴급조치 9회(69개월) 등 집권기간의 절반을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공안통치로 이어가면서 10월유신을 통한 종신집권을 시도하였다. 언론자유를 박탈하여 국민을 길들였고, 저항하는 국민에게는 도청, 미행, 고문, 구속, 사형 등으로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박정희가 청와대 안에서 일본군 복장을 즐겨 입으며 일본장교 추억에 젖어들곤 했다니 메이지유신이 만든 일본제국주의와 식민잔재가 청산되지 못한 채 유신시대로 이어진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을 자행하며 주권자인 민을 향해 탱크를 동원하고 총과 칼을 들이대며 몽둥이와 최루탄을 남발했다.  불법적인 유신헌법 선포로 대통령이 입법,사법, 행정을 모두 장악하고 종신집권을 할 수 있게 된 박정희는 부마민주항쟁으로 드러난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1979년 10.26으로 절대권력이 피할 수 없는 종말을 보여주었다. 

 

분단이 이토록 길어지고 남북의 골이 깊어진 건 냉전적 국제질서 속에서 남북간의 체제경쟁과 더불어 독재자가 권력유지의 안전망으로 분단을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말하는 건 독재자의 기득권 떡고물을 나눠먹은 자들이 청산되지 않고 아직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불공정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 외세의 간섭과 통제를 제거해야 하듯이, 평화를 위해 휴전선 철책과 함께 남북의 ‘민족 위해(危害)’ 세력을 제거해야 하듯이, 누구나 사람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권위주의적인 억압 기제들을 제거해야 하듯이, 한반도의 양양한 미래를 위해 온갖 추악하고 찌질한 적폐들의 온상인 유신체제의 특권기득권층과 유신 잔재를 뿌리 뽑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전분야에서의 민주적 개혁을 실현해야 한다.

 

우리의 요구 

 

-국회는 유신헌법이 부정의하고 무효임을 선언하라

-정부는 1972년 10월17일 대통령의 불법적인 국회해산에 대해 사과하라

-사법부는 유신체제의 공안 조작사건에 부역한 판결 오류의 전면취소를 선언하라

-유신독재에 동조 협력했던 동아 조선 등 언론사들은 역사 앞에 사죄하고 해직기자들을 복직시키라

-유신독재의 진상을 밝히고 국민의 명예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가)유신청산특별법을 제정하라

 

2020년 10월17일

유신청산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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