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첫 백신 러시아 '스푸트니크V', 엇갈리는 세계 반응 이유는?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8/14 [10:36]

코로나19 첫 백신 러시아 '스푸트니크V', 엇갈리는 세계 반응 이유는?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0/08/14 [10:36]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지 시각으로 11일 “(러시아가)세계에서 처음으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깜짝 발표로 러시아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처음 승인한 국가가 됐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이 백신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코로나19의 백신 소식임에도 어찌 된 영문인지 세계 각국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제작한 코로나19 백신의 이름은 ‘스푸트니크 브이(V)’다. 스푸트니크V는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57년에 소련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이다.

당시 양극체제의 큰 축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서로 인공위성을 먼저 쏘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결국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 쏘아 올리기를 성공하면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를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라고 부른다. 이번 러시아 백신은 이 ‘스푸트니크’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말, 타티야나 골리코바 러시아 부총리는 러시아 내 14개 기관에서 47종의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을 통해 밝혔다. 당시 러시아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 벡토르는 코에 넣을 수 있는 백신을 개발 중이었고,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해당 백신의 1차 동물 실험까지 발열 등의 이상 징후가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벡토르’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 다양한 기관에서 코로나 백신이 개발 중이었는데, 이번에 발표한 백신은 모스크바의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연구소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연구소에서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든 백신의 1차 임상이 지난 지 약 한 달여 만에 해당 백신의 사용을 최종 승인했다.

▲CNBC 방송에서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발표에 관련해 보도하고 있는 모습 (C)출처:CNBC 방송

그렇다면 왜 러시아 백신에 대한 국가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일까.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국가들은 해당 백신이 ‘안정성’과 ‘효과성’ 부분을 입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러시아 백신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 번째는 연구자들의 데이터 미발표다. 아직 러시아에서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만든 백신과 관련한 어떠한 데이터나 논문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데이터를 통해 효과성을 추정할 수 있기에 연구자들의 입장에서 러시아 백신의 효과성은 입증되지 않은 셈이다.

두 번째는 짧은 임상 기간이다. 러시아는 단기간 수십 명에게 1차, 2차 임상을 위해 백신을 투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는 변이가 잘 일어나는 바이러스이니만큼 장기간 백신이 체내에서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만에 하나라도 인체에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안정성 있는 백신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세 번째는 임상 3상을 진행하지 않아 백신을 인정하는 국제 표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신 개발 시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1차, 2차 임상 시험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실험인 3차 임상 시험을 거치는 것이 보편적이다.

백신 개발을 할 때 보통 3차 임상 시험까지 거치는 것이 국제적 지침에 부합한다. 다만,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화상 언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백신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이러한 ‘안정성’과 ‘효과성’과 관련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서는 러시아 백신인 ‘스푸트니크 브이’의 생산 및 투약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가말레야 연구소를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20개국에서 10억 번 투약할 수 있는 양만큼의 백신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미 5개국에서 매년 5억 번 투약할 수 있는 양의 백신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스푸트니크 브이의 대량 생산을 올해 9월부터 시작해 10월 초부터는 자발적인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중에서 의료진과 교사 등 위험직군 수백만 명이 우선 접종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미하일 무라스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은 지난 4월 모스크바에 있는 노이에 피로고프 국립 의료 및 수술 센터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 관련 발표를 이어갔다. (C)출처:로이터통신(Shemetov/사진)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 각국에서 지적하는 3상 시험과 관련해서 스푸트니크 브이를 개발한 알렉산더 긴즈버그 가말레야 연구소장은 “3상 시험을 계속하면서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 역시 3상 실험과 관련한 외신들의 질문에 대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브라질에서 온 수천 명의 참가자가 포함될 것”이라는 말과 덧붙여 “3상 시험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입수하기 전에 러시아는 수만 명의 사람에게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덕트=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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