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 알고 먹어야 맛있겠죠?”

광화문단상 맛 ‘맥도널드’에 뒤져, ‘불공정무역’ 아프리카 울려

최방식 | 기사입력 2007/02/26 [17:56]

“스타벅스 커피, 알고 먹어야 맛있겠죠?”

광화문단상 맛 ‘맥도널드’에 뒤져, ‘불공정무역’ 아프리카 울려

최방식 | 입력 : 2007/02/26 [17:56]
▲'공정무역'을 요구하며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알리는 소비자 스티커.     © 인터넷저널
휴일이면 밀린 잠을 맘껏 즐깁니다. 해가 중천에 떠야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침대 밖으로 나오기 일쑤죠. 그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무엇일까요. 모카 향 가득한 커피 한잔 아닐까요? 휴일이 아니어도 마찬가집니다. 출근길에 전 광화문 뒷골목을 통과합니다. 헤이즐넛 향 솔솔 풍기는 ‘테이크 아웃’ 커피숍을 지날 때가 가장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합니다. 진한 원두커피 향의 유혹 때문이죠. 오늘도 그 길로 사무실에 도착해 아침 신문을 펼쳐드는 데 스타벅스 커피 얘기가 눈길을 끕니다.

스타벅스 아시죠. 세계 최대의 커피전문 체인. 유명한 게 꽤 여럿 있죠. 맛 좋고, 내부 직원들의 복지를 잘 챙기는 경영풍토, 인터넷을 즐기거나 책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까지도 안방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주겠다는 매장분위까지... 이 회사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참 묘하고도 재미있는 편지를 지난 14일 직원들에게 썼다는 게 밝혀졌군요.

▲스타벅스 슐츠 회장.     © 인터넷저널
“지난 10년 성장과 발전을 했지만 스타벅스만의 이미지가 퇴색하고 있습니다. 자동 에스프레소 기계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였지만 낭만은 없애 버렸습니다. 원두를 바리스타(커피 전문가)가 직접 손으로 갈아 끓이던 로맨스가 사라진 매장에서 이젠 그 ‘커피향’을 맡을 수가 없습니다.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던 ‘동네의 편안한 커피점’이 아니라 특성 없는 ‘매점’으로 불립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그 전통과 열정을 되살려야 합니다.”

조금은 감동적이죠? 왜 이 편지가 나왔는지 궁금하시죠? 슐츠가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작성한 편지는 맞는데, 무슨 충격이냐고요? 미국의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소비자보고서’(미소비자협회 발행, 컨슈머리포츠)에 한 방 먹은 것이죠. 리포트는 3월호(6일 발간)에서 커피 맛에 대한 비교평가서를 내놓았는데, 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스타벅스의 체면을 여지없이 구겨놓았습니다.

▲미소비자연맹이 발행하는 '소비자보고서'.     ©인터넷저널
소비자보고서는 미국 내 주요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 점의 커피 맛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의 커피를 스타벅스 제품보다 “맛이 더 깔끔하고 적당히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평가 대상은 설탕이나 크림 등을 전혀 가미하지 않은 순수 블랙커피만으로 했습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맥도널드에게 빼앗긴 것입니다. 3위인 버거킹에는 “커피라기보다는 뜨거운 물과 같은 원료”, 4위 던컨 도너츠에는 “묽고 값도 비싼데다 매력 없는 커피”라고 평가했습니다. 가격도 1위 맥도널드는 1.35달러로 2위 스타벅스의 1.55달러보다 쌉니다.

저도 외국을 여행할 때 스타벅스를 자주 들렀던 사람으로서 이 소식은 참 흥미롭습니다. 국내에선 스타벅스를 들락거리지 않습니다. 너무 비싸서요. 헌데 묘한 건 미국문화를 선호하는 이들이 스타벅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죠. 자기 좋으면 그만인 데 어디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 제가 스타벅스를 잘 가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교토의 도심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 인터넷저널


 스타벅스는 커피원두의 상당부분을 에티오피아에서 수입해 사용합니다. ‘이르카체프’, ‘시다모’, ‘하라르’ 등 세계 최고급 향과 맛을 자랑하는 원두들이죠. 원산지 농민들의 땀으로 세계 최고 커피체인점으로 성장한 이들이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공정무역’ 캠페인을 벌이는 옥스팜 등이 원재료 구입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라고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본사 앞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곤 합니다.

옥스팜에 따르면, 커피 1파운드 당 농민이 받아야 하는 최소생계비는 1.26달러. 물론 에티오피아산 고급 커피 ‘아라비카’의 경우 1.50달러 정도랍니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이 에디오피아산 커피 1파운드를 구입하는 데 지불하는 돈은 고작 40센트로 1/3~1/4 수준에 불과하죠. 원가대비 모카커피 한잔 가격은 3센트 대 3달러랍니다.

▲커피를 수확하는 에티오피아 농민들.     © 인터넷저널
결국 생산자들은 커피농사를 지어 최소한의 의료비나 교육비도 벌지 못한다고 합니다. 실제 에티오피아 커피 농가들은 아이들을 하루 종일 농사에 매달리게 하면서도 기초교육도 시키지 못할 정도구요. 오죽하면 이 나라를 비롯해 이웃 예멘, 소말리아 지역 커피농가들은 커피나무를 뽑아버리고 ‘카트’라는 씹는 마약을 재배하겠습니까? 커피 농사로 열대우림 등 생태계 파괴는 또 어떡합니까?

따라서 에티오피아 정부도 스타벅스에 ‘정당한 원재료 가격을 달라’며 미국에 ‘상표등록’을 시도하고 있죠. 하지만 스타벅스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표등록을 방해하면서 말이죠. 만약 상표등록을 하면 에티오피아산 원재료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한다죠. 논란이 되자 현지에 ‘농민지원센터’를 지어주겠다고 했다는 군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죠.

제가 스타벅스에 안 가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시겠죠? 요즘 국내에서 ‘공정무역’이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교역품 제값주기 운동을 벌이는 단체가 하나 둘 생기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재단’, ‘여성환경연대’, 그리고 일부 국제연대운동단체들이 맡고 있죠. 품목도 다양합니다. 커피, 코코아, 각종 수공업 제품(엑세서리, 의류 등) 등이 있답니다. 잘 기억하셨다가 함께 참여하시는 게 좋겠죠?

스타벅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현재 전세계 40여개국에 130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답니다. 한국에만도 2백여개가 있죠. 지난 한 해 순수익만 58억달러랍니다. 71년 3만달러로 시작(커피재료만 공급)했고, 87년 하워드 슐츠가 인수해 본격화한 커피전문점 체인사업에 뛰어든 스타벅스가 20년만에 세계 100대 ‘최고 직장’에 들었죠. 이런 회사가 불공정 무역의 상징이라니... “이윤추구만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경영과 열정과 개성”을 자랑하는 회장 슐츠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열렬히 지지하는 시온주의자란 사실도 놀랍기만 합니다.

커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하나 더 알아 둬야 할 게 있습니다. 커피 역사죠. 우린 그저 콜롬비아나 브라질산 커피만 알고 있지만 커피의 시작은 에디오피아. 기록에 따르면 9세기 경부터 재배됐답니다. 커피 농업지역인 ‘카파’(Kaffa) 명물이다 보니 이름이 ‘커피’가 됐다는군요. 이웃 이집트, 예멘, 그리고 오스만 투르크에 ‘까훼’로 전래됐고, 17세기 유럽으로 전파됐죠. 세계 커피의 70%를 생산하는 남미에는 프랑스의 한 해군장교가 식민지 기아나에 옮겨 심은 뒤 전파됐답니다. 매년 6천억잔이 소비된다죠?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물품이고요. 커피 알고 먹어야 맛있겠죠?

최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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