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영화 '갈매기', 자기 이익 눈멀어 성폭행피해 외면한 사람들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0/05/30 [10:37]

[JIFF] 영화 '갈매기', 자기 이익 눈멀어 성폭행피해 외면한 사람들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05/30 [10:37]


딸 인애(고서희 분)의 상견례를 마친 오복(정애화 분)은 기분 좋게 시장 상인들과 술을 마신다. 다음 날 아침 집으로 가던 그녀는 지나가는 행인 덕분에 치마에 피가 묻은 걸 알게 된다.

 

그녀는 가족들 모르게 목욕탕에서 옷을 빤 후, 잠깐 집에 들른 후 혼자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 다녀 온 후 그녀는 며칠 동안이나 일하러 나가질 않는다. 그러나 걱정하는 딸들과 달리 남편은 무관심하다.

 

며칠 만에 시장에 다시 나간 그녀는 평소 믿고 따르던 동원(정창옥 분) 오빠에게 기택(김병춘 분)한테 사과하라고 전해 달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동원은 기택에게 오복한테 사과하라고 말하기는커녕 같이 어울려 놀기 바쁘다.

 

이에 오복은 큰딸인 인애에게 기택한테 성폭행 당했음을 고백한다.

 

인애는 엄마에게 기택을 고소하자고 하고, 고민 끝에 오복은 경찰에 기택을 고소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택과 시장 상인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온 시장 사람들이 오복과 기택의 일을 알지만, 정작 오복의 남편(이상희 분)은 아내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도 모른 채 집에 와서 오복에게 시장에서 들으니 누가 강간을 당한 모양인데 여자가 응하지 않고선 강간이 가능하겠냐는 소리를 해 오복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자기 결혼문제는 신경 쓰지 말고 고소하자던 인애는, 결혼 날짜가 다가오자 스트레스가 심해져 오복에게 화풀이를 한다.

 

오복에게는 시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가족들도 편이 하나도 없다.

 

이번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영화 <갈매기>는 60대 노인이 성폭행을 당한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그렸다는 점에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69세>와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주변인들이 오복의 사정을 모두 알고는 있으나 기택이 재개발 대책위원장인 까닭에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오복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69세>가 노인이 무슨 강간을 당하냐며 모른 척 하는 ‘편견’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재개발 보상이라는 돈 문제로 접근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 하다.

 

부디 이 영화로 인해 지자체 인권센터 등 공공영역에서 여러 사정에 의해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속앓이 중인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도와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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